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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幽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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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꽃
금빛 어스름이 모모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모는 점차 자기가 완벽하게 동그란 거대한 지붕 밑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모는 그 지붕이 온 하늘만큼이나 크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거대한 지붕은 순금으로 되어 있었다. 지붕 저 높은 곳 한가운데에는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거기서 빛의 기둥이 새어 나와 마찬가지로 둥그런 모양의 연못에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연못의 검은 물은 컴컴한 거울처럼 물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잔잔했다.

연못 표면 바로 위쪽, 빛의 기둥 안에서 밝은 별 같은 무엇인가가 반짝반짝 빛나며 위엄 있게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모는 그것이 검은 거울 같은 수면 위를 왔다갔다하는 거대한 추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추를 매단 곳은 없었다. 추는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였고, 무게도 없는 듯했다.

별의 추가 천천히 연못 가장자리에 접근하자 어두운 물 속에서 커다란 꽃봉오리가 떠올랐다. 꽃봉오리는 추가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점점 벌어지더니, 마침내 활짝 피어서 잔잔한 수면 위에 떠 있었다.

모모는 일찍이 그토록 찬란하게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빛나는 색깔로만 만들어진 꽃 같았다. 그런 색깔이 있다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별의 추는 한 동안 꽃 위에 머물렀다. 모모는 주변의 모든 일을 까마득히 잊고서, 넋을 잃고 꽃을 바라보았다. 꽃의 향기는, 뭐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모모가 간절히 그리워했던 그 어떤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때 추가 천천히, 정말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추가 서서히 멀어지면서 그 아름다운 꽃도 시들기 시작했다. 모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장 한 장 꽃잎이 떨어지더니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모모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무엇이 영원히 자신을 떠나 버린 것 같았다.

추가 검은 연못의 한가운데에 이르자 그 아름다운 꽃은 완전히 스러져 버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맞은편에서 꽃봉오리 하나가 어두운 물 속에서 자태를 드러냈다. 추가 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꽃봉오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더욱 아름다운 꽃이었다. 모모는 꽃을 가까이서 보려고 연못 주변을 빙 돌아갔다.

그 꽃은 앞의 꽃과는 전혀 달랐다. 모모는 그 꽃의 색깔 역시 전에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꽃의 색깔이 더욱 다채롭고 고결해 보였다. 향기도 달랐는데, 더욱더 황홀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꽃의 신비스러운 세세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별의 추가 다시 방향을 돌리자 그 아름다운 꽃은 시들고 떨어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연못 저 깊은 곳으로 한 잎 한 잎 가라앉아 버렸다.

추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맞은편에 이르렀다. 추는 처음과 같은 곳이 아니라 조금 더 앞쪽까지 나아갔다. 그러자 첫번째 지점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또 다시 꽃봉오리 하나가 솟아나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모모의 눈에는 이 꽃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았다. 꽃 중의 꽃,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신기한 꽃이었다!

모모는 이 완벽한 꽃마저 시들기 시작해 어둡고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자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호라 박사와의 약속을 생각하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추는 맞은편에서도 한 걸음 더 멀찍이 나갔고, 그러자 새로운 꽃이 어두운 몰 속에서 떠올랐다.

점차 모모는 새로 피는 꽃은 번번이 먼젓번 꽃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갓 피어난 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모는 연못가를 빙빙 돌면서 꽃들이 차례차례 피어나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아름다운 광경은 아무리 보아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미하엘 엔덴, 한미희, 모모MOMO, 비룡소, 2005.
by 幽靈 | 2005/12/27 16:22 | 트랙백
달콤한 인생
심하게 걱정하는 성격이라 대체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것도 부담이 먼저다. 편입을 생각하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학원에 입학해서는 아예 모든 것, 특히 바라는 것일수록 3년 후로 미루어 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랍을 정리하고, 그림이나 기타를 배우고, 운전면허증을 따고, 갖고 싶었던 사진기를 장만하여 배낭여행을 떠나는 소소한 일상, 이제 1년 후쯤이면 가능할 수 있을까. 빈 눈만 깜빡이며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있는 동안 하릴없이 나이는 먹었고, 나는 나의 이력과 젊음조차 아득하고 낯이 설다.

잦아지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드디어는 몇 가지 벌을 부과하였다. 그 중 하나가 오전반 요가에 등록한 것인데, 굳이 벌이 된 이유는 그렇게나 불러야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오래 미루어 온 운동을 아침 일찍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자는 계획은 어쨌든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일단은 기대했던 것처럼 적성에 맞는 것도 같다. 제자리에만 앉거나 누워서 엎치락뒤치락거리면 된다는 것과 애써 무리할 필요 없이 편안한 정도로만 하면 된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또 운동을 마친 후에 맨발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 책을 읽는 시간과 경복궁과 삼청동입구, 혜화성당을 앞을 거치는 한가한 오후의 버스가 좋다.

물론 그로 인해 대면하게 되는 괴로운 아침과 서글픈 몸뚱이와 주책없는 낮잠과 어지러운 감상과 게으른 회피들도 좋아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맑아지는 초조한 시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성실한 자기발전과 삶의 책임과 노력의 결실 따위의 싱거운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로망과 달콤한 인생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럴 때면 우우우, 하는 슬픔 씨('뉴욕삼부작')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이야기
by 幽靈 | 2005/12/02 23:42 | 트랙백 | 덧글(1)
존 말코비치 되기

얼마 전 TV에 노홍철이 젓가락 헤어스타일이라는 걸 하고 나왔다. 우리동네에서는 일명 '똥(!)머리'라고 하는 것으로, 머리채를 둥글게 꽈악~ 동여매고 거기에 긴 젓가락 같은 머리핀을 찔러 넣은 것이다. 흐트러진 자아를 동여매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란다. 큭큭-  웃겼다.

 

 

 
볼을 잡아 당기는 자화상
(Egon Schiele, Self-Portrait Pulling Cheek, 1910)


by 幽靈 | 2005/11/25 01:2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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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끄리스마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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